제가 처음 드래건 길들이기 영화를 봤을 때, 투슬리스의 움직임을 보고 속으로 '혹시 이 영화를 만든 사람, 고양이 키우는 거 아닐까?' 하고 생각했습니다. 제가 고양이를 키우는데, 히컵이 처음 투슬리스에게 손을 뻗을 때 투슬리스가 경계를 하다가 눈을 피하면 슬쩍 다가오는 그 행동이 고양이랑 너무 똑같았거든요. 또한 눈동자 동공이 커졌다 작아졌다 하는 모습에서 제 고양이가 떠올랐습니다. 알고 보니 실제로 영화의 제작진이 고양이와 개의 행동 유형을 참고해서 투슬리스를 디자인했다고 합니다. 드림웍스가 만든 이 애니메이션 시리즈는 1편부터 3편까지 이어지는 주인공의 성장 서사와 인간과 드래건의 공존이라는 주제를 보여줍니다. 이 글에서는 드래건 길들이기 시리즈의 줄거리, 영화 속 표현 방식, 최근 실사화에 대해서 이야기해 보겠습니다.
드래건 길들이기, 줄거리로 보는 시리즈 전체 흐름
드래건 길들이기는 2010년 1편을 시작으로 2014년에 2편, 2019년에 3편까지 총 세 편으로 완결된 시리즈입니다. 배경은 바이킹 마을 버크(Berk)로, 7대에 걸쳐 드래건과 대립해 온 곳입니다. 1편의 핵심 주제는 '이해'입니다. 족장의 아들이지만 왜소하고 사고만 치던 주인공 히컵은 마을 사람들이 가장 두려워하는 드래건 나이트 퓨리(Night Fury)를 자신이 만든 장치로 추락시키는 데 성공합니다. 영화 속 나이트 퓨리는 당시까지 아무도 포획한 적 없는 미지의 드래건입니다. 이 드래건은 빠른 속도와 강력한 에너지 공격이 특징입니다. 그런데 히컵은 막상 드래건을 마주하자 해치지 못하고 풀어줍니다. 히컵이 잡은 이 드래건이 바로 투슬리스이고, 이때부터 둘의 관계가 시작됩니다. 저는 1편의 주인공에게서 어릴 적 제 모습을 겹쳐봤습니다. 부모님이 기대하는 모습과 진짜 내 모습 사이에서 외로웠던 기억이 있었거든요. 주인공은 족장인 아버지가 원하는 강한 바이킹과는 거리가 먼 자신의 모습에 자신감을 가지지 못합니다. 하지만 제가 보기에, 그는 비행 장치를 설계하고 제작하는 기술자의 능력이 있었습니다. 이 설계 능력이 없었다면 투슬리스와의 우정은 시작조차 못 했을 겁니다. 1편은 인간과 드래건이 서로를 적이 아닌 존재로 처음 인식하는 이야기입니다. 2편에서 주인공은 20년간 행방불명이었던 어머니를 만나고, 아버지를 잃으면서 족장이 됩니다. 이 전환점에서 히컵의 표정 변화가 인상적이었습니다. 1편의 주눅 든 소년이 2편에서는 확실히 다른 눈빛을 갖게 됩니다. 인물의 내면 변화를 얼굴 표정과 자세로 표현하는 방식이 섬세했습니다. 2편은 외부 위협 속에서 히컵이 족장으로서의 책임을 받아들이는 이야기입니다. 3편에서는 인간과 드래건이 공존할 수 없다는 현실적 딜레마를 다룹니다. 드래건 사냥꾼이 등장하고, 투슬리스는 암컷 드래건 라이트 퓨리(Light Fury)를 만납니다. 라이트 퓨리란 나이트 퓨리와 같은 종류로 추정되는 흰색 드래건으로, 자신의 몸을 투명화하는 능력을 가졌습니다. 히컵은 결국 투슬리스를 드래건들의 세계로 보내주며 이별을 선택합니다. 이를 통해서 3편은 진정한 우정은 함께 있는 것이 아니라 서로의 삶을 존중하는 것임을 보여주는 이야기를 보여줍니다. 이 흐름이 하나의 완결된 성장 서사(Coming-of-Age Narrative)로 이어집니다. 즉, 주인공은 성장 서사를 통해서 가치관과 정체성을 스스로 확립해 나갑니다.
영화 속 표현 방식
일반적으로 드래건 길들이기는 '가족용 애니메이션'으로 알려져 있지만, 제 생각에 이 시리즈는 성인이 봐도 훨씬 많은 생각을 하게 하는 작품입니다. 그 이유 중 하나는 드림웍스가 이 작품에서 선택한 인물의 표현 방식에 있습니다. 투슬리스의 움직임은 고양이와 개의 행동을 참고해 제작되었다고 알려져 있는데, 실제로 고양이를 키우는 입장에서 보면 고양이의 모습이 더 많이 보입니다. 처음 히컵과 마주쳤을 때 경계하다가 서서히 다가오는 과정, 눈동자의 확대와 축소, 상대의 눈을 피할 때 비로소 손을 허용하는 장면은 고양이를 키워본 사람이라면 바로 알아채는 모습입니다. 이 정도의 동물 행동학(Ethology) 연구가 인물에 녹아든 겁니다. 동물 행동학이란 동물의 행동 양식과 그 원인을 연구하는 학문으로, 애니메이션 캐릭터에 생동감을 불어넣는 데 실제로 활용됩니다. 히컵의 성장을 '캐릭터 아크(Character Arc)' 측면에서 보면 더 재미있습니다. 캐릭터 아크란 이야기가 진행되면서 주인공의 내면이 변화하는 서사적 궤적을 말합니다. 1편에서 히컵은 아버지의 기대와 마을의 시선 사이에서 계속 움츠러드는 인물입니다. 하지만 투슬리스와의 관계를 통해 자신의 방식이 틀리지 않았다는 것을 확인하면서 조금씩 달라집니다. 이 변화가 설득력 있었던 이유는 주인공이 한 번에 확 바뀌는 게 아니라, 사건 하나하나를 통해 천천히 바뀌기 때문입니다. 1편 결말에서 히컵이 왼쪽 다리를 잃는 장면도 오래 기억에 남습니다. 주인공이 장애를 갖게 되는 결말을 청소년 대상 애니메이션에서 선택한 것 자체가 드물었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히컵이 이를 담담하게 받아들이는 태도, 그리고 꼬리 날개를 잃은 투슬리스와 나란히 걷는 마지막 장면은 여러 감정을 느끼게 했습니다. 애니메이션 기술 측면에서는 절차적 애니메이션(Procedural Animation) 기법이 시리즈가 진행될수록 발전했습니다. 절차적 애니메이션이란 미리 정해진 동작을 반복하는 것이 아니라, 물리 법칙과 환경 변수에 따라 캐릭터의 움직임이 실시간으로 계산되는 방식을 말합니다. 이 덕분에 3편에서 수천 마리 드래건이 동시에 움직이는 장면이 자연스럽게 표현될 수 있었습니다.
실사화
최근 실사화 영화도 화제가 됐는데, 드래건과 주인공들의 구현이 높다는 평가가 많았습니다. 제가 직접 이 영화를 본 결과, 특히 투슬리스의 질감과 눈동자 표현은 원작 애니메이션의 정서를 잘 살렸다고 느꼈습니다. 애니메이션 원작에 대한 애정이 있는 분이라면 실사화 버전도 충분히 볼 만한 이유가 있습니다. 드림웍스는 드래건 길들이기 시리즈로 아카데미 장편 애니메이션상 후보에 오른 바 있으며, 애니메이션 분야의 전문 매체인 애니메이션 매거진은 이 시리즈를 2010년대를 대표하는 애니메이션 중 하나로 꼽았습니다(출처: Animation Magazine). 또한 드림웍스 애니메이션의 기술 발전 과정은 USC 시네마틱 아츠(University of Southern California School of Cinematic Arts)를 비롯한 여러 영화 교육 기관에서 사례 연구로 다뤄지고 있습니다(출처: USC School of Cinematic Arts). 주인공인 히컵은 총 3편에 해당하는 시리즈 걸쳐서 변화를 이룹니다. 이 영화는 단편적인 모험 이야기가 아니라 한 사람이 어떻게 자신을 받아들이고, 타인과 연결되며, 결국 무엇을 선택하는지를 보여주는 이야기입니다. 아직 1편만 본 분이라면 꼭 2편과 3편까지 이어서 보시길 권합니다. 그래야 히컵이 투슬리스를 떠나보내는 마지막 장면의 무게가 제대로 느껴질 것입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