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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어 에반 핸슨 (줄거리, OST, 공감)

by 융드 2026. 6. 17.

디어 에반 핸슨은 '거짓말로 시작된 한 이야기'입니다. 저는 이 작품을 뮤지컬 원작으로 먼저 접했고, 이후에 영화를 봤습니다. 이미 뮤지컬을 통해서 OST와 줄거리를 알고 있어서 재미있게 봤지만, 의외로 영화는 혹평을 받았습니다. 이 글은 디어 에반 핸슨의 줄거리, OST와 제가 공감한 내용에 대해서 정리했습니다.

디어 에반 핸슨 줄거리

이 영화의 주인공인 '에반 핸슨'은 사회불안장애(Social Anxiety Disorder)를 가진 고등학생입니다. 사회불안장애란 타인의 시선이나 평가에 극도로 예민하게 반응하여 일상적인 대인관계조차 극심한 공포로 경험하는 불안 장애를 말합니다. 에반에게는 학교 복도를 걷는 것도, 누군가와 눈을 마주치는 것도 쉽지 않습니다. 어느 날, 에반 핸슨과 같은 학교인 코너가 세상을 떠나면서 코너의 부모님이 아들의 유품에서 에반이 자신에게 쓴 편지를 발견합니다. 코너의 부모님은 그것을 코너가 에반에게 보낸 편지로 오해합니다. 에반은 간절한 코너 부모님의 얼굴을 보고, 결국 진실을 말하지 못하고 거짓말을 합니다. 처음에는 하얀 거짓말처럼 보였던 것이 SNS를 타고 확산되면서 걷잡을 수 없이 커집니다. 이 영화에서는 SNS 확산 구조, 즉 바이럴 내러티브(viral narrative)가 중요하게 작동합니다. 바이럴 내러티브란 감정적으로 강하게 반응하게 만드는 이야기가 온라인에서 빠르게 퍼지는 현상을 말합니다. 여기에 더해 에반의 연설까지 바이럴을 타게 됩니다. 저는 여기서 에반의 선택에 완전히 공감하기 어려웠습니다. 저는 이미 사춘기에서 꽤 멀어진 나이라서 그런지, 에반보다 코너의 부모나 에반의 어머니 하이디의 심정이 더 공감됐습니다. 특히 혼자 아들을 키우는 하이디를 보면서 제 부모님이 생각났습니다. 학창 시절 저도 저를 걱정하는 부모님께 괜히 틱틱거렸던 적이 있거든요. 그 시절의 저를 보는 것 같아서 담담하게 슬픈 과거를 이야기하는 하이디의 노래가 더 찡했습니다. 물론 에반의 심리를 이해 못 하는 건 아닙니다. 오랫동안 아무도 자신의 존재를 알아주지 않다가, 처음으로 누군가에게 필요한 사람이 된 경험은 쉽게 포기하기 어렵겠지요. 다만 주인공의 감정선을 따라갈 수 있느냐 없느냐에 따라 이 작품의 호불호가 극명하게 갈린다고 생각합니다. 저처럼 원작 뮤지컬을 알고 있는 분들이라면 배경 이해도가 달라서 더 받아들이기 쉽겠지만, 영화만 보시는 분들은 인물의 감정선이 뚝뚝 끊기듯 전개되어 따라가기 어려울 수 있습니다.

OST

저는 이 작품의 OST를 줄거리를 알기 전에 먼저 들었습니다. 라라랜드 제작진이 참여했다고 해서 기대가 컸는데, 노래만 들었을 때보다 줄거리를 알고 나서 다시 들었을 때 훨씬 더 노래의 감동을 느낄 수 있었습니다. 노래를 들으면서 각 장면과 등장인물의 내면과 독백이 떠올랐습니다. 영화의 대표곡들을 살펴보면 각 노래가 인물의 심리 상태를 드러내고 있습니다. 이 노래들은 감정 표현을 넘어 이야기의 전개나 인물의 내면 변화를 직접 전달합니다. 주요 OST와 그 역할을 정리하면 다음과 같습니다. 'Waving Through a Window'는 에반의 고립감을 가장 직접적으로 보여주는 곡입니다. 창문 너머에서 세상을 바라보는 이미지가 사회불안장애의 심리를 정확히 묘사합니다. 'For Forever'는 에반이 만들어낸 가짜 이야기지만, 그 안에는 그가 진심으로 원했던 삶이 담겨 있습니다. 'You Will Be Found'는 소외감을 느끼는 모든 사람에게 보내는 위로로, 브로드웨이 역사에서도 손에 꼽히는 공감을 주제로 한 노래입니다. 'So Big, So Small'은 에반의 어머니인 하이디가 부르는 곡으로, 저는 개인적으로 이 노래에서 가장 많이 울었습니다. 완벽하지 않아도 자식을 향한 마음만큼은 진심인 그녀의 입장을 들으며, 부모님 생각이 났습니다. 개인적으로 좋아하는 노래는 'Requiem'입니다. 가족을 잃은 가족들의 슬픔을 각자의 입장에서 부르는 노래입니다. 뮤지컬에서는 무대 연출과 현장감이 노래에 더 몰입하게 합니다. 토니상(Tony Awards), 즉 브로드웨이 최고 권위의 뮤지컬 시상식에서 작품상을 포함한 6개 부문을 수상한 것도 무대에서의 완성도 덕분이 크다고 봅니다(출처: 토니상 공식 홈페이지). 반면 영화로 옮겨오면서 그 현장감이 사라지자, 급진적인 이야기가 가진 도덕적 불편함이 드러난 것 같습니다.

공감

이 작품을 불편하게 보는 시각도 분명히 있습니다. 주인공의 행동에 대한 비판은 국내나 해외에서 모두 강하게 제기되었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이야기의 도덕적 결함을 외면할 수 없습니다. 다만, 왜 그 나이대의 아이가 그런 선택을 하게 되었는지는 이해가 됩니다. 오해가 커져버린 상황에서 진실을 말하려면 엄청난 용기가 필요합니다. 다른 사람들의 반응이 두렵고, 혼날 것 같고, 이 거짓말로 처음 얻게 된 관심과 따뜻함을 잃기 싫다는 감정이 이해됐습니다. 동시에 저는 에반의 깁스에 낙서를 해주는 친구들이 처음부터 더 많았더라면 어땠을까 하는 생각도 들었습니다. 결국 이 모든 거짓말의 출발점은 아무도 자신을 알아봐 주지 않았다는 극한의 외로움이었으니까요. 청소년 정신건강 전문가들은 소속감 결핍이 청소년기의 자존감 저하와 직접적으로 연결된다고 지적합니다. 소속감 결핍이란 내가 어딘가에 받아들여지고 있다는 느낌이 없는 상태, 즉 사회적 연결의 공백을 말합니다. 실제로 국내 청소년 정신건강 실태조사에 따르면 사회적 고립감을 경험하는 청소년 비율이 꾸준히 증가하고 있으며, 이는 우울 및 불안 증상과 높은 상관관계를 보인다고 합니다(출처: 국가청소년정책연구원). 영화에서는 원작 뮤지컬과 달리 에반이 더 큰 책임을 지는 방향으로 결말이 수정되었습니다. 변명하지 않고, 용서를 구걸하지도 않고, 자신의 잘못을 공개적으로 인정하는 행동은 쉬운 선택이 아닙니다. 영화는 책임질 줄 아는 용기가 결코 가볍지 않다는 걸 보여줍니다. 뮤지컬이 됐든 영화가 됐든, 이 세상의 모든 에반과 코너에게 이 작품이 닿기를 바랍니다.

디어 에반 핸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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