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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미제라블 영화 (구원의 철학, 법과 인간성, 희망의 상징)

by 융드 2026. 3. 3.

레미제라블 영화 포스터

저는 레미제라블 영화를 극장에서 처음 봤을 때, 에포닌이 빗속에서 부르는 'On My Own'을 들으며 함께 울었습니다. 영화가 끝날 때까지 이 음악이 주는 여운이 남아서 영화관을 나오자마자 바로 찾아서 들었습니다. 2012년 크리스마스에 개봉한 이 영화는 톰 후퍼 감독이 연출하고 휴 잭맨, 러셀 크로우, 앤 해서웨이가 주연을 맡았습니다. 제85회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여우조연상을 포함해 3개 부문을 수상했고, 전 세계적으로 4억 4229만 달러의 흥행을 기록했습니다. 국내에서도 593만 명이라는 놀라운 관객수를 동원하며 당시 한국에 개봉한 실사 뮤지컬 영화 중 최고 흥행 기록을 세웠습니다. 이 뮤지컬 영화는 인간 존재의 본질과 정의의 의미를 묻는 철학적 작품입니다. 영화 속 웅장한 음악을 듣고 있으면 이 영화를 처음 봤을 때처럼 벅찬 감정이 다시 떠오릅니다. 이 글에서는 레미제라블 영화 속 구원의 철학, 법과 인간성, 희망의 상징에 대해서 알아보겠습니다.

레미제라블 영화, 구원의 철학

장발장이라는 인물은 인간의 회복 가능성을 보여주는 강력한 사례입니다. 그는 빵 한 조각을 훔친 죄로 19년간 수감되었고, 출소 후에도 전과자라는 낙인으로 인해 사회로부터 완전히 배척당합니다. 여기서 '전과자 낙인(ex-convict stigma)'이란 전과 기록이 있는 사람을 사회가 영구적으로 배제하는 구조적 차별을 의미합니다. 제가 이 영화를 처음 봤을 때 가장 인상 깊었던 장면은 미리엘 주교가 장발장에게 은촛대를 건네는 장면이었습니다. 장발장은 주교의 집에서 은그릇을 훔쳐 달아났지만, 주교는 경찰 앞에서 '이것은 제가 선물한 것'이라며 그를 구원합니다. 이 장면은 철학자 키에르케고르가 말한 실존적 비약, 즉 절망에서 새로운 존재로의 전환을 상징합니다. 실존적 비약이란 이성적 판단을 넘어서는 근본적인 자아의 변화를 뜻하며, 장발장은 바로 이 순간 전과자에서 도덕적 인간으로 거듭납니다. 장발장은 이후 마들렌이라는 가명으로 공장을 세우고 시장이 되어 지역사회에 기여합니다. 그는 노동자들에게 일자리를 제공하고, 병든 이들을 돌보며, 특히 판틴의 딸 코제트를 자신의 딸처럼 키웁니다. 저는 이 부분에서 칸트의 도덕 철학이 떠올랐습니다. 칸트는 도덕적 행동이란 외부의 강제가 아닌 내면의 도덕 법칙을 자율적으로 따르는 것이라고 했는데, 장발장이 바로 그런 인물입니다(출처: 스탠퍼드 철학 백과사전). 영화 중반부에서 장발장은 자신의 정체를 밝히고 다시 수감될 위기에 처하지만, 그는 무고한 사람이 자신 대신 처벌받는 것을 막기 위해 스스로 법정에 섭니다. 이 선택은 자기희생의 철학을 극명하게 보여줍니다. 그는 과거의 죄를 속죄하는 것이 아니라, 인간으로서의 존엄성과 책임을 실현하기 위해 행동합니다.

법과 인간성

자베르는 장발장과 완전히 대조되는 인물입니다. 그는 법과 질서를 절대적 가치로 여기며, 법의 테두리 안에서만 정의가 존재한다고 믿습니다. 여기서 '법치주의(rule of law)'란 모든 사회 구성원이 법 앞에 평등하며 법에 따라 통치되어야 한다는 원칙을 의미합니다. 자베르는 감옥 간수의 아들로 태어나 사회 최하층 출신이지만, 법을 철저히 따름으로써 경감이라는 지위를 얻었습니다. 그에게 법은 생존 전략이자 존재 이유입니다. 그는 장발장을 끈질기게 추적하며 '법을 어긴 자는 반드시 처벌받아야 한다'는 신념을 고수합니다. 저는 처음엔 자베르를 악역으로 봤는데, 영화를 다시 보면서 그가 일관된 철학을 가졌으며, 장발장과 다른 곳에 가치를 둔 인물임을 깨달았습니다. 자베르의 철학은 토마스 홉스의 사회계약론과 유사합니다. 홉스는 인간의 본성이 이기적이므로 강력한 법과 질서가 필요하다고 주장했습니다. 자베르 역시 '한 번 악인은 영원히 악인'이라는 확고한 신념을 가지고 있습니다. 하지만 문제는 그의 신념이 너무 경직되어 있다는 점입니다. 영화 후반부, 바리케이드 전투 장면에서 자베르는 장발장에게 잡혀 목숨이 위태로운 상황에 처합니다. 그런데 장발장은 그를 풀어줍니다. 이 순간 자베르의 세계관이 완전히 무너집니다. 자신이 '악'이라고 규정한 전과자가 오히려 더 고귀한 선택을 한 것입니다. 이 인지부조화(cognitive dissonance)는 자베르를 극심한 혼란에 빠뜨립니다. 인지부조화란 자신이 믿어왔던 신념과 실제 경험이 충돌할 때 느끼는 심리적 불편함을 뜻합니다. 자베르가 마지막에 센 강에 몸을 던지는 장면은 많은 논란을 불러일으켰습니다. 일각에서는 그를 융통성 없는 인물이나 악인으로 평가하지만, 사실 자베르는 악인이 아닙니다. 그저 그가 추구하는 가치관이 장발장과 다른 것뿐입니다. 작품 속 자베르는 자신이 평생 믿어온 절대적 법의 한계를 목격했고, 법과 인간성 사이의 간극을 견디지 못했습니다. 그는 장발장에게 패배한 것이 아니라, 자신의 경직된 신념 체계에 패배한 것입니다.

희망의 상징

코제트는 영화에서 가장 수동적인 인물처럼 보이지만, 실제로는 희망과 미래를 상징하는 핵심 인물입니다. 그녀는 어린 시절 테나르디에 부부에게 맡겨져 학대받으며 자랐지만, 장발장을 만나면서 완전히 다른 삶을 살게 됩니다. 이는 환경 결정론(environmental determinism)과 대비되는 모습입니다. 환경 결정론이란 개인의 성격과 행동이 주로 환경에 의해 형성된다는 이론인데, 코제트는 환경이 바뀌면서 인간의 본질도 회복될 수 있음을 보여줍니다. 철학자 루소는 '인간은 본래 선하며, 사회가 그를 타락시킨다'라고 주장했습니다. 코제트의 이야기는 바로 이 명제를 뒷받침합니다. 그녀는 학대받던 환경에서 벗어나자 순수하고 사랑스러운 소녀로 성장합니다. 저는 어린 코제트가 빗자루를 들고 청소하는 장면에서 가슴이 먹먹했습니다. 그 어린 나이에 감당해야 했던 고통이 너무 생생하게 전달되었기 때문입니다. 프랑스 파리의 빅토르 위고 박물관에 가면 어린 코제트가 양동이를 들고 있는 동상을 발견할 수 있습니다. 저는 이 동상을 봤을 때 이 영화가 떠올랐습니다. 코제트는 작품 속에서 그저 보호받는 존재가 아니라, 장발장이 새로운 삶을 선택하게 만든 동력입니다. 장발장은 코제트를 구출한 후 'Suddenly'라는 노래를 부르며 처음으로 가족애를 느낍니다. 이 곡은 영화를 위해 작곡가 클로드 미셸 숀버그가 새로 만든 곡입니다. 장발장에게 코제트는 속죄의 대상이 아니라 사랑의 대상이며, 그를 진정한 인간으로 만들어주는 존재입니다. 영화 후반부 코제트와 마리우스의 사랑 이야기는 파괴와 혁명의 시대 속에서도 인간이 사랑할 수 있다는 희망을 전합니다. 바리케이드가 무너지고 혁명이 실패해도, 사랑과 연대는 계속됩니다. 특히 코제트가 부상당한 마리우스를 간호하는 장면은 위급한 상황 속에서도 온기를 유지하는 인간 본성을 보여줍니다. 코제트가 상징하는 것은 명확합니다. 그녀는 차세대, 즉 미래 세대입니다. 장발장과 자베르로 대표되는 구세대의 갈등과 혁명의 실패에도 불구하고, 코제트와 마리우스는 살아남아 새로운 시대를 열어갑니다. 이는 역사가 개인의 실패나 좌절로 끝나지 않으며, 다음 세대로 이어진다는 메시지를 보여줍니다(출처: 프랑스 국립문서보관소). 이 영화를 보고 나면 여러 생각이 교차합니다. '장발장과 자베르 중 누가 옳은가'는 이분법으로 답할 수 없는 질문입니다. 두 사람 모두 나름의 정의를 추구했고, 그 과정에서 인간의 한계를 보여줬습니다. 저는 개인적으로 이 영화가 '정의란 무엇인가'라는 영원한 질문을 던진다고 생각합니다. 법은 때로 부족하고, 인간성은 때로 불완전하지만, 우리는 그 사이에서 최선의 선택을 해야 합니다. 레미제라블은 단순한 시대극이 아니라, 지금 이 순간에도 유효한 철학적 고민을 담은 작품입니다. 사회가 불안정하고 불의하다고 느껴질 때, 저는 'Do You Hear the People Sing'을 다시 듣습니다. 그 노래 속에는 좌절하지 않고 계속 나아가는 인간의 의지가 담겨 있기 때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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