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녀 배달부 키키'는 제 친구가 가장 좋아하는 지브리 애니메이션 중 하나로, 저도 이 친구의 영향으로 영화를 보았습니다. 이 영화는 1989년 개봉했습니다. 지브리 작품들 중 가장 가볍게 보기 좋은 영화라고 생각했지만, 어른이 되어서 다시 보니 이 영화를 통해서 위로받는 점도 있었습니다. 이 글에서는 마녀 배달부 키키의 줄거리 속 상징, 성장 교훈, 명대사에 대해서 알아보겠습니다.
마녀 배달부 키키 줄거리 속 상징
마녀 배달부 키키의 줄거리를 간단하게 요약하면 '13세 수습 마녀가 낯선 도시에서 배달 일을 하며 성장한다'는 이야기입니다. 어릴 때는 그냥 어린이용 판타지 영화로만 생각했는데, 어른이 되어서 다시 보니 줄거리 속 상징이 정교하게 구성된 것을 알 수 있었습니다. 영화 속 마녀 사회에서는 13세가 되면 마녀가 없는 마을에서 1년간 홀로 수행해야 합니다. 이 설정은 일종의 통과 의례(rite of passage)와 같습니다. 통과 의례란 특정 사회나 집단이 구성원의 신분 전환을 공식화하는 의식을 뜻하는데, 쉽게 말해 '이제 어른으로 인정받기 위한 관문'입니다. 저도 공부를 위해 처음 혼자 독립했을 때, 부모님 없이 스스로 살아가야 한다는 부담감과 설렘이 뒤섞였던 기억이 납니다. 그래서인지 키키가 낯선 도시에서 일자리를 찾고 실수하는 장면이 유독 눈에 들어왔습니다. 주인공이 가진 빗자루는 단순히 날아다닐 수 있는 마법 도구가 아닙니다. 빗자루는 키키의 정체성과 자존감을 시각화한 상징물(symbol)입니다. 일반적으로 영화 속 상징물은 추상적인 감정이나 개념을 구체적인 사물로 표현하는 서사 장치입니다. 키키가 비행 능력을 잃는 장면은 요즘 말로 하면 번아웃(burnout)에 가깝습니다. 번아웃이란 지속적인 스트레스로 에너지가 소진되어 의욕과 능력 모두가 무너지는 상태를 뜻하는데, 키키가 갑자기 날지 못하게 되는 것이 번아웃 상태를 시각적으로 보여줍니다. 키키의 직업이 '배달부'라는 설정도 흥미롭습니다. 사람과 물건, 마음을 연결하는 행위 자체가 키키의 사회적 역할을 만들어가는 과정이기 때문입니다.
어른이 되어 다시 보는 성장 교훈
일반적으로 영화 속 마녀는 신기한 마법을 쓰지만, 이 작품의 주인공은 '날 수 있는 능력'만 가지고 있습니다. 다른 마녀들에 비해 특별한 능력이 없는 셈인데, 이 설정이 오히려 그녀를 더 현실적인 인물로 만듭니다. 처음에는 잘해나가던 배달부 일이었는데, 키키가 갑자기 능력을 잃으며 위기가 찾아옵니다. 일반적으로 발전은 후퇴와 회복을 반복합니다. 키키의 성장 과정도 마찬가지입니다. 키키는 무리하게 극복하려 하지 않고, 주변 관계와 휴식을 통해서 문제를 해결합니다. 그녀는 특별한 마법이 없어도, 가진 능력 하나만으로 자신의 길을 개척합니다. 주변 인물들과의 관계는 이 성장에 필수적입니다. '완벽하지 않아도 괜찮다'는 교훈을 직접 설명하는 대신, 주인공과 주변 인물 사이의 관계로 알려줍니다. 키키의 고민을 들은 화가 우르슬라는 그녀에게 조언을 해줍니다. 바로, '그림이 그려지지 않을 때는 억지로 밀어붙이기보다 다른 일을 하다 보면 자연스레 돌아온다'는 것입니다. 이 이야기는, 창작자뿐 아니라 일하는 모든 사람에게 해당되는 말입니다. 성장과 슬럼프의 관계를 다룬 연구에서도 비슷한 문제 해결 방법을 알려줍니다. 실제로 긍정 심리학(positive psychology) 분야에서는 회복탄력성(resilience)이라는 말이 있습니다. 어려운 상황에서 다시 일어서는 심리적 능력이 강한 사람일수록 억지로 버티기보다 자신을 돌보는 시간을 의도적으로 갖습니다(출처: 미국심리학회(APA)). '잠깐 멈추는 것'은 실패나 좌절이 아니라, 회복의 과정이라는 뜻입니다. 키키가 우르슬라의 오두막에서 하룻밤을 보내는 장면은 영화가 전달하는 '회복'의 의미가 담긴 중요한 장면입니다.
명대사, 자기 수용의 이야기
영화에서 가장 인상 깊은 대사는 '자신감을 잃어버렸을 뿐이야.'라는 말이었습니다. 이 말을 어떻게 받아들이느냐에 따라 영화에 대한 해석이 완전히 달라진다고 생각합니다. 즉, 키키의 능력은 사라진 게 아닙니다. 키키는 스스로를 믿지 못하게 된 상태가 되면서 능력을 잃어버립니다. 자기 효능감(self-efficacy)이라는 개념이 있습니다. 이 개념은 '자신이 특정 과제를 성공적으로 해낼 수 있다는 믿음'을 뜻합니다. 자기 효능감이 무너지면, 실제 능력이 사라진 것이 아닌데도 아무것도 할 수 없는 것처럼 느껴집니다. 저는 사회에 처음 나왔을 때, 외부의 실패를 전부 제 탓으로 돌렸습니다. 냉정한 현실과 타인에게 상처받을 때마다 제가 부족한 것이라 여겼습니다. 그때 손을 내밀어준 사람들 덕분에 제가 완전히 무너지지 않았습니다. 그래서 키키 주변의 이웃들을 보면서 그 시절이 떠올라 뭉클했습니다. 직접 말로 위로하기보다, 옆에 있어주고 내 심정을 들어주는 방식이 제가 실제로 받았던 도움과 꼭 닮아 있었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키키가 받았던 '날 수 있을 때까지 기다리면 돼'라는 위로도 비슷한 맥락에서 들렸습니다. 빠른 성과를 요구하는 분위기 속에서 번아웃을 이유로 멈추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닙니다. 키키는 위기 상황에서 다시 능력을 되찾습니다. 즉, 마음의 준비가 됐을 때 힘이 돌아온 것이 아니라, 필요한 순간에 자연스럽게 힘을 쓸 수 있었습니다. 이제 저는 마음을 추스르고, 회복하는 시간을 갖는 게 중요한 것을 알고 있습니다. 제가 경험한 바로, 성장은 조용히 이루어집니다. 당장은 성장한 것 같이 보이지 않고, 스스로 잘 파악하지 못하더라도 몇 년 뒤 돌아보면 느낄 수 있었습니다. 만약 제가 힘들었던 과거로 돌아간다면 너무 초조해하지 않아도 된다고 조언해주고 싶습니다. 저의 능력은 늘 제 안에 있었기 때문입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