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저는 처음에 마틸다를 그냥 귀여운 어린이 뮤지컬 정도로 생각하고 봤습니다. 노래가 좋아서 영화도 본 건데, 내용 자체도 교훈적인 동화여서 좋았습니다. 어린이 뮤지컬 영화라고 생각하기에는, 억압받는 아이의 이야기가 어른인 저에게도 교훈을 주었습니다. 이 글에서는 마틸다 영화 속 성장서사, 뮤지컬연출, 교육철학을 분석해 보겠습니다.
마틸다 분석, 성장서사
마틸다는 로알드 달의 1988년 소설을 바탕으로, 1996년 대니 드비토 감독이 영화화한 작품입니다. 배경은 원작 소설의 영국에서 미국으로 바뀌었고, 이후 2022년에는 팀 민친의 뮤지컬을 기반으로 한 넷플릭스 리메이크가 개봉하면서 다시 한번 주목을 받았습니다. 두 영화를 비교해 보면 인물 설정에 상당한 차이가 있습니다. 1996년 영화에서는 마틸다의 초능력인 염력이 영화 엔딩 이후에도 사라지지 않지만, 원작 소설에서는 능력이 소멸됩니다. 염력은 물체를 신체 접촉 없이 정신력만으로 움직이는 능력입니다. 마틸다에서 이 능력은 판타지 요소라기보다는 억눌린 자아가 표출되는 상징으로 읽힙니다. 즉, 마틸다가 스스로를 억압하던 환경에서 벗어날수록 능력이 강해진다는 구조는 하나의 심리적 서사를 보여줍니다. 제가 어릴 때 책을 많이 읽는 편이었는데, '내게 이런 초능력이 생긴다면?' 하는 상상을 한 적이 있습니다. 또, 소설을 쓴 적도 있습니다. 그래서 책을 보는 것이 유일한 도피처이자 취미이며, 이야기를 지어서 책방 주인에게 알려주는 마틸다가 여러모로 공감됐습니다. 마틸다가 책을 읽는 취미는 그녀의 부모님에게 무시당하기 일쑤입니다. 아이의 관심사를 진지하게 받아들이지 않는 부모의 태도가 안타까웠습니다. 1996년 영화 속 교장은 원작을 넘어섰다는 평가를 받습니다. 배우 팸 페리스는 전직 올림픽 선수라는 설정에 맞게, 스테로이드 사용자에게서 관찰되는 극단적인 분노 행동을 참고해 연기했다고 밝혔습니다. 이 해석으로 작품 속 악당인 교장을 병리적 권위주의의 상징으로 만들어줍니다. 안타깝게도, 1996년에 개봉한 영화는 흥행에 실패했습니다. 하지만 뒤늦게 대중의 사랑을 받게 됩니다. 한국에서도 뮤지컬을 통해 이 영화가 알려졌습니다.
뮤지컬 연출이 아이들의 심리를 표현하는 방식
마틸다 뮤지컬 영화에서 가장 인상적인 부분은 음악과 안무입니다. 이 뮤지컬 요소는 인물의 내면 심리를 외부로 꺼내는 기능을 합니다. 마틸다 영화에서 대표적인 곡은 'Revolting Children'입니다. 이 장면에서 아이들은 교장에게 오물을 투척하며 그녀를 학교에서 쫓아냅니다. 이 노래는 해방감이 넘치는 장면이지만, 동시에 가사 안에는 오랫동안 눌려있던 분노와 연대의 감정이 집약되어 있습니다. 뮤지컬에서 '소리로 감정을 직접 토해내는' 형식이 얼마나 강렬한 카타르시스를 줄 수 있는지 보여주는 장면입니다. 카타르시스(catharsis)란 억눌린 감정을 예술적 경험을 통해 정화하거나 해소하는 심리적 과정을 의미합니다. 마틸다의 뮤지컬 연출은 이 효과를 매우 확실하게 활용합니다. 아이들이 현실에서 직접 표현하지 못하는 분노와 자유를 무대 위에서 음악으로 터뜨립니다. 시각적 연출도 심리를 반영합니다. 교장이 지배하는 학교 공간은 어둡고 왜곡된 느낌으로 묘사되는 반면, 담임 선생님의 집은 따뜻하고 낮은 채도의 따스한 색감으로 표현됩니다. 이런 색채 심리학적 대비는 관객이 설명 없이도 두 공간의 감정적 온도 차이를 직관적으로 인식하게 합니다. 제가 어른의 시선으로 이 영화를 봤을 때, 마틸다의 담임 선생님인 미스 허니에게 유독 공감이 됐습니다. 아이들의 가능성을 알아보지만 교장 앞에서는 목소리를 내지 못하는 모습이 낯설지 않았습니다. 어른이 된다는 것은 세상의 두려움 앞에서 자기 목소리를 줄여가는 과정입니다. 그래서 마지막 장면에서 당당하게 자기 목소리를 내는 아이들의 노래를 들으며 더 희열을 느꼈습니다.
영화가 담고 있는 교육 철학
마틸다 영화에는 교육 철학 측면의 메시지가 있습니다. 교장과 미스 허니는 두 가지 교육관의 충돌을 상징합니다. 교장은 권위주의적 교수법의 전형적인 인물입니다. 아이들을 독립적 존재로 보지 않고, 통제해야 하는 대상으로 봅니다. 반면 미스 허니는 아이의 개별 가능성을 먼저 관찰하고 아이들의 입장을 이해합니다. 이는 현대 교육학에서 강조하는 학습자 중심 교육(learner-centered education)의 핵심 철학과 일치합니다. 학습자 중심 교육이란 교사가 지식을 일방적으로 전달하는 것이 아니라, 학습자의 관심과 능력에 맞게 환경을 설계해 주는 방식을 말합니다. 아동 발달 심리학 측면에서 마틸다는 자기 효능감(self-efficacy)이 매우 높은 인물로 해석됩니다. 마틸다의 개인 노래 가사를 보더라도, 마틸다는 '나는 이걸 해낼 수 있다'는 믿음, 즉 자신의 능력에 대한 주관적 확신이 강한 아이입니다. 심리학자 앨버트 반두라가 제시한 이 개념에 따르면, 자기 효능감이 높은 아이들은 어려운 환경 속에서도 목표를 포기하지 않고 문제를 해결하려는 경향이 있습니다(출처: APA (American Psychological Association)). 마틸다가 불안정한 가정환경에서도 무너지지 않고 스스로 세계를 구축해 가는 모습은 이 경향 덕분입니다. 저는 이 영화를 보면서 사람에게 가장 필요한 힘이 물리적인 능력이나 외부의 인정보다, '나 자신을 의심하지 않는 태도'가 아닌가 하고 생각하게 됐습니다. 마틸다는 부모나 교장에게 인정받지 못하지만, 단 한 번도 자신이 틀렸다고 생각하지 않습니다. 그 흔들리지 않는 내면이 마틸다가 가진 가장 강력한 힘입니다. 마틸다는 어른이 된 저에게 '어린 마틸다'를 다시 꺼내게 만든 영화였습니다. 현실에 맞서는 것이 두려워지고, 내 목소리를 줄여온 시간들이 있다는 걸 이 영화를 보면서 새삼 깨달았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