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양 골동 양과자점 앤티크' 영화는 민규동 감독이 요시나가 후미의 동명 만화를 원작으로 연출한 작품입니다. 이 영화는 겉보기와 꽤 다른 서사를 보여줍니다. 저는 처음에 이 영화의 제목을 보고 '잘생긴 배우들이 나오는 케이크 가게를 중심으로 한 가벼운 영화'를 생각했는데, 예상보다 훨씬 여운이 남았습니다. 이 영화가 나왔을 때 평가, 영화 속 서사구조, 주인공의 트라우마에 대해서 설명하겠습니다.
서양골동과자점 앤티크 평가
이 영화는 2008년에 개봉했습니다. 제가 이 영화를 보기 위해 영화관을 찾았을 때, 관객 대부분은 여성이었습니다. 제 바로 옆에는 남학생 넷이 앉았는데, 상영 직전에 '우리 영화 잘못 고른 것 같다'라고 조용히 말을 주고받으며 서로 눈치를 보는 모습에 웃음을 참느라 애를 먹었습니다. 2008년 한국 영화계는 브로맨스(bromance) 요소, 즉 남성 간의 감정적으로 깊은 우정을 로맨스처럼 묘사하는 서사가 유행하던 시기였습니다. 브로맨스는 성적 관계는 아니지만 일반적인 우정보다 훨씬 밀착된 남성 간의 정서적 유대를 뜻하며, 당시 여성 관객층을 중심으로 큰 인기를 끌었습니다. 이 영화가 개봉하기 전에 드라마나 영화사에 동성애 코드도 꽤 많이 등장했습니다. 앤티크는 퀴어 코드까지 얹어 홍보했고, 포스터에 '케이크와 남자는 맛을 봐야 한다'는 문구를 넣어 그 전략을 노골적으로 드러냈습니다. 한국 영화진흥위원회 자료에 따르면 2008년 해당 시기 감성 드라마 장르는 여성 관객 비율이 높게 나타났으며, 이는 당시 브로맨스와 퀴어 코드를 활용한 작품들의 흥행 전략과 맞물려 있었습니다(출처: 영화진흥위원회). 실제로 원작 만화보다 동성애적 코드가 강조된 면도 있습니다. 하지만 막상 영화를 보면 이야기는 각 인물들의 상처를 중심으로 진행됩니다. 영화 중반부를 넘어서면서 유괴 사건을 중심으로 미스터리 요소가 가미되고, 각 인물의 트라우마가 밝혀집니다. 주연으로 출연한 네 배우 모두 매력적인 인물을 연기하여 호평을 받았습니다. 그중 '유아인' 배우는 올해의 남자 신인 연기상을 수상했으며, 주인공인 '주지훈'은 백상예술대상에서 영화 부문 인기상을 수상했습니다.
네 남자의 서사구조
그렇다면 이 영화에서 케이크는 왜 그토록 공들여 등장하는 걸까요? 볼거리를 위한 소품이자 영화의 배경으로만 등장하는 걸까요? 저는 영화를 관람하기 전에 예쁜 모양의 디저트들이 많이 나오는 장면을 기대했습니다. 실제로 영화에서는 케이크와 앤티크 한 소품들이 화면을 아름답게 채웁니다. 이를 통해 민규동 감독 특유의 미장센과 연출이 돋보이는 장면들이 있었습니다. 뮤지컬적인 연출, 크리스마스 배달 장면처럼 따뜻한 색감으로 동화처럼 풀어낸 부분들은 지금 떠올려도 마음이 따듯합니다. 그런데 영화는 '디저트'보다 네 남자의 관계와 각자의 상처에 더 집중합니다. 영화의 서사구조는 옴니버스(omnibus) 형식처럼 보이면서도 실제로는 인물 중심으로 수렴하는 구조를 갖고 있습니다. 옴니버스 형식은 여러 독립된 이야기가 하나의 작품 안에 묶인 구성을 말하는데, 앤티크는 각 인물의 이야기가 결국 하나의 감정적 흐름으로 합쳐진다는 점에서 기본적인 옴니버스 구조와 다릅니다. 주인공 '김진혁'은 어린 시절 유괴로 인한 트라우마를 가진 인물입니다. 그가 케이크 가게를 여는 동기는 이 과거와 연관되어 있습니다. '민선우'는 일류 파티셰이면서 '마성의 게이'로 불리는 인물로, 주변과의 관계에서 끊임없이 갈등을 일으킵니다. 그는 과거에 '김진혁'에게 고백을 한 적이 있습니다. '양기범'은 복싱 세계 챔피언이었으나, 망막 박리로 은퇴한 후 방향을 잃은 인물입니다. '남수영'은 겉으로는 강인해 보이지만 김진혁 없이는 아무것도 못하는 의존적 인물입니다. 이 영화에서는 각자의 상처가 다른 방식으로 드러납니다. 어떤 이는 회피하고, 어떤 이는 직면하고, 어떤 이는 타인을 통해 간접적으로 변화합니다.
트라우마를 풀어내는 방식, 이 영화가 특별한 이유
영화가 진행되면서 각 인물의 과거와 심리적 외상이 하나씩 수면 위로 올라오기 시작합니다. 주인공들은 자신을 믿어주는 주변 사람들과의 관계 속에서 조금씩 달라집니다. 제가 이 영화를 보고 나면 기분이 좋았던 이유도 이 영화에서 보여주는 치유의 방식 때문입니다. 과거에 복수나 응징으로 끝나는 영화가 보고 허탈했던 적이 있는데, 이 영화의 주인공은 이런 방식으로 트라우마를 극복하지 않습니다. 이 영화 속 인물들은 주변 관계로 아픈 과거를 치유하고 망각합니다. 이 방법은 복수로 문제를 해결하는 것보다 훨씬 현실적이고, 훨씬 따뜻했습니다. 심리학에서는 이를 사회적 지지(social support)라는 개념으로 설명합니다. 사회적 지지란 주변의 신뢰할 수 있는 관계가 개인의 심리적 회복에 미치는 긍정적인 영향을 의미하며, 트라우마 치유 과정에서 핵심 요소로 꼽힙니다. 국립정신건강센터에 따르면 트라우마 회복에 있어 신뢰 관계 형성은 전문적 치료만큼이나 중요한 역할을 한다고 강조합니다(출처: 국립정신건강센터). 원작자 요시나가 후미의 작품 세계 자체가 이런 다정하고 따뜻한 감성으로 이루어져 있습니다. 제가 느끼기에 민규동 감독은 그 감성의 결을 충실히 따라갔고, 영화 안에서도 그 따듯한 온도가 유지됩니다. 마지막 장면과 포스터 속 네 명의 인물의 활짝 웃는 얼굴이 기억에 남는 것도 그 이유입니다. 케이크라는 소재도 이 맥락에서 '관계성과 치유'라고 느껴졌습니다. 케이크를 만들 때 제누아즈를 하나하나 쌓고 생크림으로 마감하듯, 이 영화 속 인물들도 자신의 삶을 한 겹씩 쌓아 올립니다. 그 과정이 쉽지만은 않지만, 결국에는 먹음직스러운 한 조각이 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줍니다. 서양 골동 양과자점 앤티크는 잘생긴 배우들이 나오는 영화로만 소비하기에는 아깝습니다. 후반부로 갈수록 서사가 묵직하게 쌓이면서 해소되는 과정을 보여줍니다. 선입견을 내려놓고 보면, 상처를 안고 살아가는 사람들의 이야기로서 충분히 다시 볼 가치가 있는 작품입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