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즈메의 문단속을 보고 극장에서 나오면서 같이 간 친구와 "뭔가 아쉽다"는 말을 나눴습니다. 신카이 마코토 감독 작품이라는 기대를 안고 들어갔는데, 영상미는 분명히 좋았지만 영화관 문을 나서는 발걸음이 그렇게 가볍지만은 않았습니다. 이 글은 스즈메의 문단속을 긍정적으로 보는 시각과 저처럼 아쉬움을 느낀 시각을 함께 정리한 것입니다.
스즈메의 문단속 영화 배경
스즈메의 문단속은 2022년 11월 일본에서 개봉해 개봉 45일 만에 흥행 수입 100억 엔을 돌파했습니다. 한국에서도 2023년 3월 개봉 후 300만 관객을 넘기며 그해 일본 애니메이션 중 가장 빠른 흥행 속도를 기록했습니다. 이 영향은 신카이 마코토 감독의 '너의 이름은'이 한국에서 대성공을 이루었기 때문입니다. 그의 후속작이기 때문에 기대한 관객들이 극장을 많이 찾았습니다. 이 영화는 2011년에 발생한 동일본 대지진, 즉 도호쿠 지방 태평양 해역 지진을 배경으로 하고 있습니다. 감독 신카이 마코토는 '지진과 쓰나미를 은유로만 표현하는 것이 아니라 정면에서 다뤄야 한다고 느꼈다'라고 밝힌 바 있습니다. 실제로 영화 속에서 등장하는 장면 중에는 당시 사건으로 좌초했던 선박이 원형으로 등장하기도 합니다. 영화 주인공인 스즈메는 규슈에서 출발해 에히메, 고베, 도쿄를 거쳐 결국 자신의 고향인 도호쿠까지 향하는 여정을 합니다. 이러한 서사 장르를 로드무비(Road Movie)라고 합니다. 로드무비 장르는 주인공이 여러 장소를 이동하며 심리적으로 성장하는 구조를 따릅니다. 감독은 일본 곳곳의 폐허와 버려진 공간을 직접 답사하며 '장소를 애도하는 이야기'를 쓰고 싶었다고 했습니다. 제가 영화를 보면서 가장 좋았던 부분도 사실 스즈메가 여행을 하는 장면들이었습니다. 에히메의 귤밭, 고베의 카페 등등 각 지역의 낯선 풍경들이 소박하게 펼쳐지는 장면을 통해서 일본을 여행하는 느낌을 받았습니다. 저는 그중에서 스즈메가 우연히 만난 아마베 치카나 니노미야 루미 같은 인물들과의 관계가 좋았습니다. 여행 중에 우연히 만난 처음 보는 사람들과 친구가 된 경험이 있어서 공감이 됐고, 마음이 따듯해졌습니다.
트라우마 서사, 그리고 아쉬운 지점
영화는 여자 주인공의 '트라우마(Trauma)' 서사를 묘사합니다. 트라우마는 개인이 감당하기 어려운 충격적 경험으로 인해 심리적으로 지속적인 영향을 받는 상태를 말합니다. 스즈메는 어린 시절 어머니를 잃었고, 겉으로는 밝은 학생처럼 살아가지만 내면에는 상실의 감정이 남아 있습니다. 영화 후반부에서 스즈메가 어린 시절의 자신과 마주하는 장면은 심리치료 개념 중 '내면 아이(Inner Child) 치유 과정'과 유사하다는 평가를 받습니다. 내면 아이란 어린 시절 상처 입은 자아가 성인이 된 이후에도 무의식 속에 남아 감정과 행동에 영향을 미치는 심리적 개념을 말합니다. 현재의 스즈메가 과거의 스즈메에게 '나는 스즈메의 내일이야'라고 말하는 장면은 이 개념을 영화적으로 표현한 것으로 볼 수 있습니다. 저는 '모차르트' 뮤지컬에서 비슷한 연출을 본 적이 있습니다. 어린 시절의 트라우마가 성인이 된 뒤에도 남는 것은 모든 사람이 똑같습니다. 이 영화는 역경이나 상실을 경험한 후에도 상처를 품고 앞으로 나아가는 과정을 보여줍니다. 스즈메는 일상으로 돌아오고, 내면적으로 성장합니다. 하지만 개인적으로 서사는 감동적이지만, 이 서사에 도달하기까지의 이야기가 너무 얕았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스즈메가 왜 소타를 도우러 따라가는지, 처음 만난 청년에게 왜 그렇게 빠르게 감정이 이입되는지가 충분히 설명되지 않았습니다. 또한 고양이 다이진이 스즈메에게 집착하는 이유도 후반부가 되어서야 드러나는데, 그 감정이 제게는 잘 전달되지 않았습니다. 스즈메의 동기 부여, 감정선 등이 미흡한 것과 결말에서 트라우마 해소가 급하게 마무리되는 점 등이 아쉬웠습니다.
작품 평가와 한계
영화에 대한 평가는 꽤 갈립니다. 이 영화는 제73회 베를린 국제 영화제 경쟁 부문에 초청된 작품이며, 평론계에서는 '일본 사회의 집단적 애도를 판타지 형식으로 표현한 작품'이라는 평가를 받습니다. 트라우마 서사를 다룬 영화로서의 완성도를 높이 사는 쪽이 있는 것은 분명합니다(출처: 베를린 국제 영화제). 반면, 저처럼 서사의 허술함을 지적하는 시각도 있습니다. 특히 신카이 마코토 감독 작품에서 반복적으로 나타나는 남녀 주인공 간의 나이 차이 문제가 이번 작품에서도 걸렸습니다. 고등학생인 스즈메와 대학원생인 소타의 관계가 결국 로맨스로 마무리되는데, 개인적으로는 그냥 동료로 끝났다면 호불호가 덜 갈렸을 것 같습니다. OST는 RADWIMPS와 진노우치 카즈마가 함께 작업했습니다. 개인적으로 OST 자체는 대중적이어서 좋았습니다. 하지만 줄거리나 다른 서사가 아쉬워서 영화를 보고 난 뒤 여운이 없었습니다. 결국 이 영화를 어떻게 평가하느냐는 '서사의 완성도'와 '감정의 보편성' 중 어디에 더 무게를 두느냐에 달려 있는 것 같습니다. 저는 개인적으로 전자에 더 기대를 걸었다가 아쉬움이 생긴 경우였습니다. 영화를 아직 보지 않으신 분이라면, 신카이 마코토 감독의 전작인 '너의 이름은'과 비교하며 보기보다는 독립된 작품으로 접근하는 것을 권하고 싶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