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학교에서 뭔가 억눌린 느낌을 받아본 적 있으신가요. 성적표만 들여다보는 선생님, 정해진 틀 안에서만 움직여야 하는 수업. 저도 그런 기억이 없지 않습니다. 그래서인지 처음 스쿨 오브 락을 봤을 때 뭔가 통쾌한 기분이 들었습니다. 저는 이 영화를 어릴 때 무척 재미있게 봤었는데, 최근 스쿨 오브 락 뮤지컬이 내한을 왔다는 홍보를 보고 새삼스럽게 이 영화가 다시 떠올랐습니다. 이 시절에는 잭 블랙의 영화들을 찾아봤어서 더 추억이 샘솟았습니다. 이 글에서는 스쿨 오브 락 영화의 배우였던 잭 블랙, 영화 속 교육 철학과 록 음악에 대해서 알아보겠습니다.
잭 블랙이 없었다면 이 영화도 없었다
잭 블랙이 연기한 '듀이 핀'은 솔직히 말해서 현실에서 만나면 최악의 인물입니다. 자기가 만든 밴드에서 쫓겨나고, 친구 집에 얹혀살면서 월세도 안 내고, 급기야 그 친구 이름까지 사칭해 사립 초등학교에 취업합니다. 객관적으로 보면 그냥 민폐 덩어리입니다. 그런데 영화를 보다 보면 묘하게 이 사람의 매력에 빠져들게 됩니다. 그의 행동도 납득이 되고, 옳은 일처럼 느껴집니다. 저는 이게 전적으로 '잭 블랙' 배우의 힘이라고 생각합니다. 잭 블랙은 말 그대로 '카리스마' 덩어리입니다. 카리스마란 특별한 자질로 타인을 끌어당기는 힘을 말하는데, 잭 블랙은 그걸 몸 전체로 쏟아냅니다. 무대 위에서 날뛰다 아무도 받아주지 않아 바닥에 처박히는 시작 장면부터, 아이들에게 록의 역사를 열강 하는 장면까지, 그는 한순간도 에너지를 아끼지 않습니다. 흥미로운 건 '듀이 핀'의 모티브가 실제 인물인 AC/DC의 기타리스트 '앵거스 영'이라는 점입니다. 작은 체구에 스쿨룩을 즐겨 입고, 무대에서 미친 듯이 달리는 퍼포먼스까지 영화 속 듀이를 떠올리게 합니다. 잭 블랙 본인이 이 영화를 자신의 인생 최고작이라고 단언했을 정도이니, 역할에 대한 몰입이 어느 정도였는지 짐작이 됩니다. 저 역시 이 영화를 보면서 '잭 블랙 말고 이 역할을 소화할 수 있는 배우가 있을까' 하는 생각을 자연스럽게 했습니다.
- 잭 블랙은 실제 기타 연주를 할 줄 알아 영화 속 연주 장면에 설득력을 더했습니다
- 듀이 핀의 인물 모티브는 AC/DC 기타리스트 앵거스 영으로, 스쿨룩과 무대 퍼포먼스가 일치합니다
- 잭 블랙은 이 영화를 본인 필모그래피 중 가장 만족스러운 작품으로 꼽았습니다
스쿨 오브 락 속 교육철학
영화 속 듀이의 수업은 엉터리입니다. 심지어 목적 자체도 밴드 경연대회 상금이었으니까요. 저도 처음엔 그렇게 생각했지만, 영화를 다 보고 나면 생각이 좀 달라집니다. 듀이의 방식은 개인화 학습(personalized learning)에 가깝습니다. 개인화 학습이란 학생 각자의 강점과 흥미에 맞게 교육 내용을 조정하는 방식을 말합니다. 잭은 기타 리드, 로렌스는 키보드, 토미카는 보컬, 서머는 밴드 매니저. 듀이는 성적표 대신 아이들을 직접 관찰해서 역할을 배분합니다. 어쩌면 우연히, 혹은 본능적으로, 그는 각 아이의 재능을 꺼내는 방식을 택한 겁니다. 특히 로렌스가 기억에 남습니다. '저는 소심한 사람이라서 멋진 밴드에 어울리지 않는다'며 거절하러 왔다가, '록 밴드에 들어온 이상 넌 킹카야'라는 한마디에 표정이 달라지는 장면이 인상 깊었습니다. 이 장면을 처음 봤을 때는 솔직히 좀 뭉클했습니다. 누군가 나를 그렇게 봐준다는 게 어떤 의미인지 아니까요. 물론 이게 현실적인 교육 방식이냐고 묻는다면, 저는 그렇다고 단정 짓기 어렵다고 생각합니다. 3주 만에 전문 밴드 수준이 된다는 설정은 영화적 과장이 맞습니다. 하지만 자신감을 잃은 아이에게 '너는 충분히 할 수 있다'라고 말해주는 것, 그 본질만큼은 가볍게 볼 수 없습니다. 출처: Edutopia에서도 학생의 자존감과 학습 동기의 연관성을 꾸준히 다루고 있을 만큼, 이 부분은 교육학적으로 근거가 있는 이야기입니다. '정해진 방식 말고 네가 잘하는 걸 찾아라'는 교훈은 지금도 쉽지 않습니다. 하지만, 이런 작품이 있기에 그런 환경 속에 있는 사람들에게 닿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저는 이 영화가 코미디라서 좋은 게 아니라, 코미디를 통해서 우리에게 중요한 말을 전하고 있어서 좋습니다.
록 음악이 이 영화에서 하는 역할
스쿨 오브 락은 록 음악을 배경음악으로 사용하는 영화가 아닙니다. 록이 곧 이야기 자체입니다. 듀이가 아이들에게 설명하는 장면을 보면 단순히 악기를 가르치는 게 아니라, 록이 왜 생겨났고 무엇에 저항하는 음악인지부터 시작합니다. 영화 속에 등장하는 자료들도 범상치 않습니다. 레드 제플린의 Immigrant Song을 영화에 삽입할 때 일화도 있습니다. 레드 제플린 측은 자신들의 음악이 영화에 쓰이는 걸 워낙 꺼려온 것으로 유명했습니다. 그래서 잭 블랙과 제작진이 직접 영상을 찍어 허락을 구했고, 결국 허가를 받았다고 합니다. 그 정도 공을 들일만큼 이 영화에서 음악은 장식이 아니라 필수였던 겁니다. 출처: Rolling Stone을 비롯한 음악 전문 매체들도 이 영화의 록 음악 활용 방식을 높이 평가한 바 있습니다. 사운드트랙(soundtrack)도 결코 허투루 보면 안 됩니다. 사운드트랙이란 영화에 삽입된 음악 전체를 아우르는 개념인데, 스쿨 오브 락의 사운드트랙은 빌보드 사운드트랙 차트 6위에 올랐고 그래미 어워드 후보에까지 이름을 올렸습니다. 제가 이 영화를 보며 느꼈을 때도, 영화에서 음악을 사용하는 방식은 '단순히 록이 나오는 영화'로 치부하기엔 선곡 하나하나에 맥락이 있습니다. 듀이가 아이들에게 숙제로 건네는 앨범 목록도 마찬가지입니다. 레드 제플린의 Led Zeppelin, 핑크 플로이드의 The Dark Side of the Moon, 러시의 2112 등등, 그가 숙제로 준 앨범은 록의 계보를 보여주는 수업 자료입니다. 토미카가 처음 노래를 부르는 장면을 떠올리면 지금도 소름이 조금 돋습니다. 자신의 외모 때문에 지원조차 하지 않던 아이가 부르는 첫 음이 그렇게 폭발적일 줄은 아무도 몰랐을 거라고 생각합니다. 음악이 그 아이에게 무엇을 열어줬는지, 말보다 그 한 장면이 더 잘 설명해 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