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저는 어릴 때 '스텝 업' 영화를 좋아했습니다. 어릴 때 이 영화를 처음 보고 나서 춤추는 것에 흥미를 가졌고, 춤을 잘 추는 사람들이 부러웠습니다. 방학 때 춤을 배워보겠다며 동네 학원에 등록까지 했었습니다. 결과적으로 저는 춤에 재능이 없었지만, 지금도 댄스 서바이벌 프로그램은 꼬박꼬박 챙겨 봅니다. 이번에는 어린 시절 좋아했던 영화인 스텝 업 줄거리, 댄스 장르, 문화적 영향에 대해서 작성하겠습니다.
스텝 업 줄거리
스텝 업은 '춤'을 소재로 한 영화 중 가장 유명한 시리즈입니다. '스텝 업' 1편의 줄거리는 '비보이를 사랑한 발레리나'입니다. 제가 어릴 때 같은 제목의 연극이 있었는데, 그 연극을 보면서 이 영화가 자꾸 오버랩됐습니다. 그만큼 성격이 다른 인물이 충돌했다가, 사랑으로 이어지는 설정이 보편적인 감동을 준다는 뜻이기도 하겠죠. 영화의 배경은 미국 메릴랜드주 볼티모어입니다. 주인공 타일러 게이지는 뚜렷한 목표 없이 거리를 떠돌다가, 친구들과 함께 메릴랜드 예술학교에 무단 침입해 시설을 훼손하는 사고를 칩니다. 법원은 타일러에게 200시간의 사회봉사 명령을 내리고, 그가 망가뜨린 그 학교에서 청소부로 일하게 됩니다. 여기서 운명처럼 만나는 인물이 노라 클라크입니다. 졸업 공연을 앞두고 있는 노라는 상대역의 부상으로 갑작스럽게 공연 파트너를 잃게 됩니다. 예술학교 학생들이 전문 무용단 관계자들 앞에서 자신의 역량을 선보이는 공개 오디션 무대여서 중요한 공연이었습니다. 노라에게 이 공연은 미래를 결정짓는 자리였던 겁니다. 타일러는 기회를 놓치지 않고 노라의 상대가 되길 자처합니다. 처음에 노라는 거절하지만, 그의 춤 실력을 직접 보고 마음을 바꿉니다. 이후 두 사람은 함께 연습하며 서로에게서 없던 것들을 배우기 시작합니다. 타일러는 처음으로 책임감이라는 것을 몸으로 익히게 되고, 노라는 자신이 그동안 얼마나 틀 안에 갇혀 있었는지를 느끼게 됩니다. '스텝 업'이 시리즈 중 줄거리 면에서 가장 좋은 평가를 받는 이유가 여기 있다고 생각합니다. 후속 시리즈들이 춤과 영상의 화려함에 집중하는 반면, 1편은 인물들이 성장하고 변화하는 이야기에 더 무게를 두거든요.
댄스 장르
영화 속 남녀 주인공은 두 사람의 살아온 세계가 다른 만큼 춤도 다릅니다. 타일러의 춤은 힙합 댄스(Hip-hop Dance)를 기반으로 합니다. 힙합 댄스란 1970년대 미국 뉴욕 빈민가의 거리 문화에서 자연스럽게 발전한 춤 장르로, 정해진 안무보다 즉흥성과 개인의 표현력이 핵심입니다. 영화 속 타일러는 음악이 나오면 몸이 먼저 반응하는 등 즉흥성을 잘 보여줍니다. 여기에 브레이크댄스(Breakdance) 요소도 섞입니다. 브레이크댄스란 스트리트 댄스 문화에서 파생된 장르로, 발의 빠른 이동과 방향 전환을 반복하는 풋워크(Footwork)와 회전 기술인 스핀 무브(Spin Move), 특정 순간에 몸 전체를 공중에서 멈추는 고난도 기술인 프리즈(Freeze)를 특징으로 합니다. 반면 노라가 수련해 온 발레(Ballet)는 수백 년의 역사를 가진 무용 장르입니다. 한 발로 서서 다른 쪽 다리를 뒤로 높이 들어 올리는 발레의 대표적인 자세인 아라베스크 같은 정형화된 동작 언어와 엄격한 신체 훈련을 기반으로 합니다. 이 두 장르가 하나의 무대에서 만나는 공연 장면은 이 영화의 대표적인 명장면입니다. 그 장면을 처음 봤을 때 심장이 쿵쾅거렸던 기억이 아직도 납니다. 서로 다른 언어를 쓰던 두 사람이 마침내 같은 문장을 완성하는 순간처럼 느껴졌거든요. 현재에도 서로 다른 장르를 결합한 복합 안무 공연을 많이 볼 수 있지만, 이 영화를 처음 봤을 때는 신선했습니다.
흥행 결과와 오늘날까지 이어지는 문화적 영향
이 영화가 비평가들에게 혹평을 받았다는 사실을 처음 알았을 때 놀랐습니다. '스텝 업'은 2006년 8월 개봉 당시 제작비 1,200만 달러 대비 1억 1,400만 달러의 흥행 수익을 올렸습니다(출처: Box Office Mojo). 약 9.5배에 달하는 수익률로, 상업적으로는 완전히 성공한 작품이었습니다. 반면, 전문 비평가들 사이에서는 서사 구조가 전형적이라는 지적이 많았습니다. 서로 다른 배경의 남녀가 갈등과 교감 끝에 성공을 이룬다는 공식이 너무 익숙하다는 것이었죠. 그런데 저는 그 '전형적인 구조'가 오히려 이 영화의 강점이라고 생각합니다. 관객이 이야기의 흐름을 따라가는 데 에너지를 쓸 필요가 없으니, 춤과 음악, 인물의 감정에 온전히 집중할 수 있었습니다. 꿈을 향해 달려가는 사람들의 열정은 서사가 단순할수록 더 직접적으로 전달되는 면이 있습니다. 채닝 테이텀은 배우로 데뷔하기 전, 실제로 댄서와 스트리퍼로 활동한 경력이 있었고, 그 경험이 타일러라는 인물에 고스란히 녹아들었습니다. 제나 드완 역시 전문 무용수 출신으로, 두 주인공 모두 연기가 아니라 몸으로 감정 언어를 표현했습니다. 이 영화가 남긴 파급력은 속편 제작에 그치지 않습니다. 미국댄스협회(Dance/USA)의 자료에 따르면 2000년대 중반 이후 스트리트 댄스 수업 수강 인구가 꾸준히 증가했으며, 댄스 영화들이 일반 대중의 댄스 문화 참여를 높이는 데 유의미한 역할을 한 것으로 분석됩니다(출처: Dance/USA). 제가 방학 때 학원에 등록하러 달려갔던 것처럼, 비슷한 경험을 한 사람들이 분명 많았을 겁니다. 이후 스텝 업 시리즈는 댄스의 비중을 점점 높여갔지만, 1편만큼 이야기 자체로 감동을 주는 작품은 없었다고 생각합니다. 물론 화려한 안무와 영상미를 기대한다면 후속작이 더 만족스러울 수 있습니다. 그렇지만 춤이 삶을 어떻게 바꾸는지를 이야기하는 영화로서는, 시리즈 통틀어 1편이 가장 인상적입니다. 복잡한 설정 없이 청춘의 에너지와 꿈을 향한 열정을 담백하게 담아냈기 때문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