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찰리와 초콜릿 공장' 영화를 떠올리면 가장 먼저 화려하고 신기한 공장 속 무대가 떠오릅니다. 어린 시절 꿈꿨던 '과자의 집'을 놀이동산으로 만든다면 그런 모습이 아닐까요? 특히, 저희 어머니는 극단적으로 화려한 색채 표현 때문에 이 영화를 좋아하십니다. 팀 버튼의 영화는 이런 상상력이 가미된 배경이 많습니다. 영화 미술은 팀 버튼 감독의 특색이 담겨 있지만, 영화 자체는 책이 원작이라서 작품이 주는 교훈도 상당합니다. 이 글에서는 찰리와 초콜릿 공장의 윌리 웡카에 대해서 살펴보고, 각 상징과 교육관을 정리하겠습니다.
윌리 웡카
저는 어릴 때 영화 '캐리비안의 해적'을 보고 조니 뎁을 좋아했습니다. 그런데, 이 영화에서 웡카를 처음 봤을 때는 솔직히 같은 배우인지 몰랐다가 포스터 속 이름을 보고 알게 되었습니다. 분장도 분장이지만, 말투와 움직임 하나하나가 완전히 다른 인물이었습니다. 한국에서는 이런 배우를 '천의 얼굴'이라고 부르는데, 조니 뎁이 딱 그 표현에 맞는 배우라는 걸 이 영화에서 다시 한번 확인했습니다. 웡카는 몸은 어른이지만 실제로는 어린 시절의 트라우마에서 벗어나지 못한 인물입니다. '트라우마(trauma)'란 과거의 충격적 경험이 현재의 사고와 행동에 지속적으로 영향을 미치는 심리적 상처를 의미합니다. 웡카는 아버지를 떠올릴 때마다 생각을 끝까지 이어가지 않고 회피하는 모습을 보입니다. 그리고 찰리 가족의 따뜻함에 이끌리면서도 어색해하는 장면이 그가 아직 트라우마를 극복하지 못했음을 드러냅니다. 이 아버지와의 갈등은 원작 소설에는 없던 웡카의 가족사입니다. 영화는 이 설정을 새롭게 추가하여 그가 왜 초콜릿 공장을 운영하는지 설정을 덧붙였습니다. 이 설정이 영화를 조금 늘어지게 만든다는 의견도 있지만, 개인적으로는 웡카라는 인물을 훨씬 입체적으로 만들어준 부분이라고 생각했습니다. 평생 아들을 이해하지 못할 줄 알았던 아버지가 윌리 웡카의 업적과 신문을 스크랩북에 모았던 장면은 제가 이 영화에서 가장 기억에 남는 장면 중 하나입니다.
찰리와 초콜릿 공장에 등장하는 아이들 상징
찰리와 초콜릿 공장에는 찰리 외에 다른 아이들도 보호자와 함께 공장에 방문합니다. 하지만 이 아이들은 각자 개성과 성격이 강하며, 하나씩 문제점이 있습니다. 그리고 공장을 다니면서 한 명씩 '다음 세대 공장주'에서 탈락하게 됩니다. 공장 안의 모든 경험은 아이들에게 잘못을 설명하는 대신, 직접 결과를 체험하게 하는 구조로 되어 있습니다. 뚱뚱한 아우구스터스는 욕심껏 초콜릿을 먹다가 초콜릿 강에 빠집니다. 그는 욕구 충족의 즉각성과 충동 조절에 실패하는 것을 상징합니다. 게임에 빠진 마이크는 미디어에 과몰입하여 과도한 자극을 추구하다가 거꾸로 당합니다. 늘 가지고 싶은 것을 가질 수 있었던 베루카는 다람쥐를 사달라고 조르다가 그것을 얻을 수 없자 크게 화를 냅니다. 직접 다람쥐를 가져가려 한 베루카는 그만 쓰레기 통에 떨어집니다. 바이올렛은 결과에만 집착하는 성취에 몰입하는 성향을 상징합니다. 처음 볼 때는 웃긴 장면이라고 생각했지만, 아이들의 행동 방식은 모두 자신에게 그대로 돌아옵니다. 심리학에서는 이것을 자기 조절 능력(self-regulation)과 관련지어 설명합니다. 자기 조절 능력이란 충동적인 욕구를 참고, 장기적인 결과를 고려하여 행동하는 능력을 뜻합니다. 오거스터스는 먹고 싶은 충동을 참지 못했고, 베루카는 원하는 것이 즉시 주어지지 않는 상황을 경험해 본 적이 없었습니다. 마이크는 강한 자극과 빠른 보상에만 익숙했습니다. 로알드 달 원작 연구자들 사이에서는 이 네 아이가 특정 악인을 묘사하기 위한 것이 아니라, 인간의 보편적 행동 양식을 과장해서 보여주는 장치라는 해석이 일반적입니다. 즉, 어느 시대, 어느 사회에서나 볼 수 있는 모습을 극단적으로 표현한 것입니다. 팀 버튼의 연출이 원작 특유의 기괴하고 어두운 분위기를 충분히 살렸는지에 대해서는 의견이 갈립니다. 1971년판과 비교하면 내용이 비교적 밝고 착해진 느낌이라는 평도 있습니다. 그러나 원작 소설의 핵심적인 교훈, 즉 아이가 어떤 태도를 반복적으로 강화받느냐에 따라 성장 방향이 달라진다는 주제는 이 영화에도 잘 담겼다고 느꼈습니다.
팀 버튼 영화가 보여주는 교육관
저는 이 영화를 보면서 부모들에게도 교훈을 주는 작품이라고 생각했습니다. 각 아이의 문제는 결국 부모가 어떤 환경을 만들어줬는가와 연결되어 있습니다. 베루카의 부모는 딸을 사랑하지만 한 번도 '안 된다'라고 말하지 않습니다. 오거스터스의 부모는 먹는 것을 욕구 충족의 수단으로 자연스럽게 허용합니다. 아이를 올바르게 키우려면 어른이 먼저 방향을 제시해야 하는데, 이 영화는 그 이유를 보여줍니다. 내 아이에게 지금 어떤 환경을 만들어주고 있는지, 아이의 욕구에 어디까지 응해주고 있는지, 그리고 나 자신은 어떤 태도를 반복하고 있는지에 대해서 말입니다. 찰리가 선택된 이유는 가장 똑똑하거나 특별해서가 아니라, 매 순간 배려하고 자신의 행동에 책임을 다했기 때문입니다. 심리학자 월터 미셸(Walter Mischel)의 마시멜로 실험으로 알려진 만족 지연(delayed gratification) 개념이 여기서도 등장합니다. 만족 지연이란 즉각적인 보상을 미루고 더 큰 장기적 가치를 선택하는 능력인데, 찰리가 생일에 받은 초콜릿 하나를 천천히 나눠 먹는 장면이 이를 상징합니다(출처: American Psychological Association). 아이들은 공장에서의 경험을 통해 자신의 행동이 잘못됐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교육학에서는 이를 경험 기반 학습(experiential learning)이라고 부릅니다. 경험 기반 학습이란 직접 행동하고 그 결과를 체험하는 과정에서 가치와 행동 원칙을 내면화하는 방식을 의미합니다. 각자의 선택이 어떤 결과를 만드는지 보여주는 것이 이 원리를 이용한 교육 방법입니다. 발달심리학 관점에서도 부모나 교육자의 행동이 아이의 회복탄력성(resilience)에 영향을 미친다는 연구 결과가 꾸준히 나오고 있습니다. 이것은 어려운 상황에서도 다시 일어나는 심리적 힘인데, 찰리가 가난한 환경에서도 쉽게 좌절하지 않는 건 정서적으로 연결된 가족 관계가 있었기 때문입니다(출처: American Academy of Pediatric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