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해외여행을 가는 중에, 지루한 비행기 시간을 견디려고 영화 목록을 훑었는데 '탑건 매버릭'이 눈에 띄었습니다. 1편을 보지 않았지만, 친구들이 추천한 영화 중 하나여서 별 기대 없이 재생 버튼을 눌렀습니다. 그런데 실제로 보니 재미있는 영화였습니다. 1편을 보지 않아도 이해가 됐고, 즐겁게 볼 수 있었습니다. 비행 중에 봐서 더 몰입됐던 건지, 아니면 영화 자체가 그 정도 흡입력을 가진 건지 헷갈릴 정도였습니다. 이 영화는 2022년 개봉 이후 전 세계 흥행 수익 9억 1,800만 달러를 돌파했습니다. 이번에는 탑건 매버릭의 연출기법, 대립 서사, 몰입 요소를 기준으로 영화를 본 후기를 풀어보겠습니다.
탑건 매버릭이 가진 연출기법의 힘
'탑건 매버릭'은 1986년 원작의 36년 후를 배경으로 합니다. 제가 이 영화를 처음 봤을 때 가장 먼저 놀란 건 화면에서 느껴지는 무게감이었습니다. 현대 블록버스터는 컴퓨터 그래픽을 이용해 현실에 없는 장면을 만들어내는 등 시각효과에 의존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하지만 이 영화는 그 반대의 연출을 선택했습니다. 배우들이 직접 전투기에 탑승해서 촬영했고, 그 결과 조종석 안에서 터져 나오는 'G-포스'의 압박감과 긴장감이 화면 밖으로 전해졌습니다. G-포스란 전투기가 급기동할 때 조종사의 몸에 가해지는 중력가속도를 의미합니다. 영화에서 조종사들이 정신을 잃는 장면이 자주 보이는데, 이는 높은 수치에서 혈액이 뇌에서 빠져나가 의식을 잃을 수 있기 때문입니다. 영화 장면에서 배우들의 얼굴이 일그러지는 장면은 CG가 아니라 실제 장면입니다. 이걸 알고 나면 영화를 볼 때 몰입도가 더 강해집니다. 촬영 장비도 다른 영화들과 차별화됩니다. 이 영화는 IMAX 인증을 받은 '6K 풀프레임 카메라'를 사용했습니다. 이 카메라는 가로 6,000픽셀 이상의 초고해상도를 지원합니다. 따라서 이 카메라로 촬영하면 일반 영화관의 4K보다 더 넓고 세밀한 이미지를 구현할 수 있습니다. 조종석의 내부에서 외부 시점으로 전환되는 편집 방식은 관객들의 방향 감각을 유지할 수 있도록 설계되어 있었습니다. 전투기의 굉음과 산소마스크를 통한 호흡 소리까지 현실감을 끌어올리는 역할을 했습니다. 제가 느끼기에 이 영화는 관객들이 실제로 주인공의 시점을 체험하는 듯한 연출을 보여줬습니다.
감정의 대립 서사
처음에는 전투기가 등장하는 액션 영화라고 생각했는데, 영화에는 여러 다양한 서사와 관계가 등장합니다. 주인공을 중심으로 한 서사에는 사랑, 과거 동료와 관련된 트라우마와 상처, 교육을 맡은 군인들과의 사제 관계 등이 있습니다. 그중 주인공인 매버릭과 루스터, 두 사람의 대립 관계가 특히 눈에 띄었습니다. 매버릭이라는 인물은 더 이상 젊고 무모한 파일럿이 아닙니다. 그는 과거 동료의 죽음에 대한 죄책감을 30년 넘게 안고 살아온 사람입니다. 그리고 그 구스의 아들 루스터가 이번 임무의 훈련생으로 등장합니다. 두 사람은 내내 대립하고, 매버릭은 그때마다 회피합니다. 제가 이 부분에서 특히 인상 깊었던 건, 두 사람의 갈등이 그저 감정싸움이 아니라는 점이었습니다. 매버릭은 루스터의 어머니에게 한 약속 때문에 그의 해군 지원을 막은 적이 있고, 루스터는 그 사실도 모른 채 매버릭을 원망합니다. 주인공의 입장도 이해되고, 루스터의 입장도 충분히 납득이 됐습니다. 서로의 진심을 모른 채 대립하는 두 사람을 보면서 현실적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영화 심리 분석 관점에서 보면 이러한 서사 구조는 세대 간 트라우마와 죄책감의 전이를 다루는 방식으로 해석될 수 있습니다. 트라우마란 과거의 충격적인 경험이 현재의 판단과 행동에 지속적으로 영향을 미치는 심리적 상태를 말합니다. 매버릭이 루스터를 대할 때의 모든 행동이 죄책감에서 비롯된 것이라는 점을 이해하면, 이 영화가 액션뿐 아니라 인물 간의 관계성과 심리극을 보여준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그리고 아이스맨 역을 맡은 발 킬머도 기억에 남습니다. 실제로 이 배우는 후두암을 앓고 있습니다. 이러한 현실의 상황과 극 중 말기 인후암이라는 설정이 겹치면서, 그 장면의 감정이 훨씬 깊게 느껴졌습니다.
몰입 요소와 후기
'탑건 매버릭'은 개봉 31일 만에 전 세계 흥행 10억 달러를 돌파했습니다. 코로나19로 원래 개봉하려던 시기보다 훨씬 늦게 개봉했지만, OTT가 아닌 극장에서 개봉했습니다. 왜냐하면 이 영화는 '극장 체험형'으로 설계된 작품이었기 때문입니다. 많은 영화가 OTT로 선회하던 시기에 이 결정은 상당한 위험 부담이 있었지만, 결과적으로 탁월한 선택이었습니다. 세대 간 공감 전략도 흥행의 핵심 요소 중 하나였습니다. 원작을 기억하는 관객에게는 향수를 자극하고, 처음 보는 관객에게는 신선한 액션으로 접근했습니다. 제 경우도 1편을 보지 않고 2편만 봤는데, 영화 내용을 이해하는 데 전혀 무리가 없었습니다. 이건 각본 설계가 탄탄하다는 증거이기도 합니다. 제가 이 영화에서 가장 좋아하는 장면은 비치발리볼 장면입니다. 원래 한쪽 팀은 옷을 입고 대비 효과를 주려 했는데, 배우들이 모두 몸 관리를 잘해놓은 덕분에 전원 상의 탈의로 바뀌었다는 비화가 있습니다. 지금도 그 장면에 쓰인 노래를 들으면 자동으로 노을 지는 해변과 유쾌하고 즐거운 분위기가 떠오를 정도입니다. 배우들의 열정으로 우연히 탄생한 명장면이라는 점에서 더 애정이 갑니다. 솔직히 아쉬웠던 점도 있습니다. 후반부에 루스터가 매버릭을 구출하러 돌아오는 장면인데, 극적이긴 했지만 완벽하게 구출한 것도 아니고 결정적인 도움을 줬다고 보기엔 조금 어설픈 흐름이었습니다. 행맨이 마지막에 등장해 마무리를 짓는 것을 보고 '이 전개를 위해서 극적인 연출을 남겨뒀구나'라고 납득했지만 말이죠. 평론가들 역시 이 영화를 '현대 블록버스터의 모범 사례'로 평가했습니다. 또한 로튼 토마토 기준 96%에 달하는 신선도 지수를 기록했습니다(출처: Rotten Tomatoes). 파라마운트 픽처스 공식 발표에 따르면 이 영화는 톰 크루즈 출연작 중 역대 최고 흥행작으로 기록되었습니다(출처: Paramount Pictures). 결과적으로, '탑건: 매버릭'은 속편이지만 원작을 넘어선 작품입니다. 연출 방식, 감정 설계, 세대를 아우르는 서사까지 어느 하나 허투루 만든 부분이 없었습니다. 아직 보지 않으셨다면 가능하면 큰 화면으로, 음향이 좋은 곳에서 감상하시기 바랍니다.